인도네시아 니아스에 처음 오게 된 것은 2016년도이다. 연애하던 시절, 남편은 고향에 가고 싶다고 계속 이야기했고, 나도 그때는 쉬고 있었던 시기여서 니아스를 방문하게 되었다. 어차피 우리 집도 깡시골 중 시골이었으니 남편이 이야기했던 진짜 시골이라는 말에 별 감흥이 없었다. 니아스 소라 케라는 지역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수세식이었다. 볼일을 본 뒤에 바가지에 물을 떠서 흘러 보내야 물이 내려가는 것이었다. 어차피 어렸을 때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해본 터라 놀라지는 않았지만 불편했다. 딱 화장실 하나만으로도 2016년도의 니아스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소라케 지역은 서핑 스폿이 있기 때문에 숙박업 + 식당을 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이 곳은 파도를 빼면 할 것 이 없어서 관광하러 온다고 한다면 추천을 할 수가 없다. 서핑을 하겠다면 인생에서 한 번쯤은 와볼 만하다. 왜냐하면 매일 좋은 파도가 연신 들어오기 때문에 서핑 실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연습할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평생 서핑에 목마른 사람이고, 전지훈련처럼 매일 서핑을 하고 싶은 체력이 좋은 분들께 적극 추천한다.
코코넛을 파는 아이들이 있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서 코코넛을 팔러 다니는데 하나에 10.000루피아 (한화 800원) 를 받는다. 한번 사 먹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어떻게 집을 알고 찾아오는지 계속 사 먹으라고 하는 통에 남편이 쫓아내 준 적이 있을 정도로 성가신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밉거나 하진 않는다. 도시에서는 만나보지 못할 아이들의 끈질김을 만나면 적잖이 당황할 사람들도 많기에 적어본다. 이 아이들이 삶의 전선에 뛰어든 이유는 부모님이 시켜서 이기도 하겠지만 부모님의 일자리 부재 가 있어서다.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돈이 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성인이 되면 부모님이 하시는 가업을 잇거나 다른 큰 도시로 떠나는 실정이다. 가업이라 해봐야 농부, 어부, 부모님이 하시던 가게를 이어받던가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은 은행이나 선생님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니아스 섬은 큰 공장도 없고, 주축이 되는 사업 자체가 없기 때문에 자급자족하면서 산다.
이 곳 사람들의 임금은 한달 한화 15만 원 정도부터 시작한다. 집 짓는 공사의 인부가 숙련도에 따라서 한화 8000원~15000원 의 일당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옛날 80년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딜 가도 굶지 않도록 코코넛과 바나나가 지천에 깔려 있으니 사실 일하지 않아도 굶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다들 걱정이 없고 내일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어 일에 대한 책임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리고 저축에 대한 개념이 없다. 주변에서 경제에 관련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임금 자체가 낮다 보니 일단 먹고 사는 데에 쓰는 편이다. 이 부분은 동남아 사람들의 특징에 해당되는 사항인 것 같다. 인생은 한번뿐이니 지금 쓰고 즐겁다는 마인드이다.
니아스 소라케 지역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호텔도 짓고, 리조트도 지어지고, 도로가 정비되는 등 정부 차원에서 관광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소라게 근처에 있는 공항이 오픈되어야 상황이 좋아질 것 같다. 니아스 섬으로 섬으로 오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고 비 나카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소라케 비치까지 오려면 자동차를 2시간 넘게 타고 와야 도착할 수 있다. 2019년부터 자카르타에서 비 나카 공항까지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노선이 생기면서 발리에서 오는 것이 한결 수월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오래 걸린다.
2016년 이후로 매해 니아스를 다녀가면서 느끼는 것은 이곳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느리던 인터넷은 어느 정도 속도가 빨라져서 사진 몇장정도는 포스팅할 수 있다. 처음 왔을 때의 속도에 비하면 감사할 정도이다.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든 것 같다. 드문 드문 니아스를 방문했을 때보다 니아스에 머무르는 시간이 3개월이 되어가면서 니아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처음 왔을 때, 받았던 선입견들이 차차 무너지고 사람 사는 곳은 언제나 그렇듯이 돈을 떠나 다들 소박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후진국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이 작은 니아스 세계를 이제야 제대로 된 눈을 뜨고 보게 될 기회를 얻게 된 이유는이 곳이 주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이 아닐까 싶다. 한국과는 다른 사고방식이라서 거부감이 들었었는데 오히려 한국과는 다른 사고방식이 주는 삶에 대한 유연함, 어쩌면 이 모든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을 이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채득 한 것 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니아스로 여행을 오고 싶다면 단기로 오는 분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한국에서 니아스까지 도착하는 여정이 하루 반나절이 걸리기 때문에 짧은 일정을 왔다갔다 하는 이동시간에 다 써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최소 2주에서 한 달 정도 있고 싶다면 와도 좋다. 어떤 마음으로 오느냐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리는데, 발리의 발달된 관광지를 떠올린다면 최악의 여행지가 될 것이고, 한적하고 조용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져 고립되고 싶은 느낌을 갖고 싶다면 오길 추천한다. 음식은 극단적으로 매우 짜고 맵다. 음식에 있어 까다로운 입맛이라면 본인이 요리 할만한 한국요리 재료들을 챙겨 오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기본적인 야채 재료들은 구할 수 있지만, 양념은 구하기 힘들다. 한국인들에게 필수인 참기름이나 간장 멸치액젓 고춧가루 카레가루 라면 을 챙겨 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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